[동아사이언스] 물만으로 전기 만드는 '수분 자가 발전' 원리 규명

아주대 연구팀이 배터리 없이 물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수분 자가 발전'의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적은 비용을 들여 환경 친화적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수분 자가 발전 활용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주대는 조성범 첨단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폐의류 기반 탄소 코팅 투과성 소재를 이용해 '수분 자가 발전기'의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재료화학저널 A' 1월호에 발표됐다.
인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고전적으로 수력발전을 이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소재와 직접적 상호작용하는 방법 등 새로운 전기 생산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도성 탄소 입자를 입힌 면 섬유 한 쪽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물속 수소 이온이 젖은 쪽에서 마른 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는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수분 자가 발전이라고 하는데 배터리를 갈아끼울 필요 없이 오직 수분만 이용해 친환경·저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휴대성이 중요한 웨어러블 기기와 도서 지역에 위치한 스마트 팩토리에 활용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전기 발생 원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해석이 부족해 설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 교수팀은 폐의류에 탄소 소재를 코팅해 수분 자가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유동·확산·반응·정전기 등 4종의 물리현상으로 설명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제작해 확인했다. 그 결과 수분 자가 발전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가 통념과는 다르게 탄소 표면에서 물과 화학반응을 통한 이온 생성과 수소이온(H3O+)이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로 수분 자가 발전의 원리가 규명돼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고현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선임연구원은 "수분 자가 발전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수분 자가 발전 에너지 수확에 필요한 소재 선정에 새로운 척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수분 자가 발전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수분을 넘어 바닷물이나 공기 중의 수증기를 이용한 자가 발전의 응용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