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절수 설비’ 의무화 20년…말만 ‘절수’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20년 전부터 수돗물을 아낄 수 있는 '절수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대상 건물도 계속 늘리고, 과태료 기준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절수 설비 대부분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이준석 기자가 절수 설비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이달 완공한 학교 화장실입니다.
학교는 수도법 상 절수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물입니다.
이곳 수도꼭지와 소변기, 대변기 모두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대기업 제품입니다.
공중화장실 절수형 수도꼭지는 1분에 나오는 물의 양이 5리터가 넘으면 안 됩니다.
직접 실험했습니다.
["하나, 둘, 셋."]
30초도 안 됐는데 기준치 5리터를 넘겼습니다.
1분 동안 수도꼭지가 쏟아낸 물양은 12.5리터.
기준치의 배를 훌쩍 넘습니다.
[김영길/물 절약 전문등록업체 이사 : "(절수 설비가 설치됐는데도) 물 절감효과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그런 게 지금 방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인증제품을 설치한 학교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영은/연포초등학교 행정실장 : "조금 놀랍기는 하고. 이게 절수(설비)가 항상 부착돼 있으니까 절수가 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조금 그렇습니다."]
2019년 지은 부산시교육청 별관 화장실.
이곳 역시 법적 기준을 2배 웃도는 10.5리터 수돗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공형식/부산시교육청 건축지원과 사무관 : "저희는 일단 저 (절수 설비) 제품을 믿고 있었습니다. 메이저급 기업에서 그렇다 보니까(만들다 보니까) 저희는 그렇게(절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절수 설비 설치 의무화로 대부분 건축물에는 이런 절수형 수도꼭지, 소변기 대변기가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절수형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물 절약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수도법에는 2001년 이후 신축이나 증·개축하는 모든 건축물은 반드시 절수 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절수 설비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지난해부터는 설비에 절수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법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일선 자치단체는 단속은커녕 실태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수 설비)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을 하거든요. 이게 제대로 절수가 되는지 (공무원이) 나가서 일일이 물을 틀어 볼 수는 없으니까…."]
효과 없는 절수 설비 탓에 물은 계속 버려지고 있는데, 부산시는 관련 조례조차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