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대강 정비사업의 마무리와 동시에 녹조문제는 매년 여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녹조문제는 4대강 정비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시작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여름이면 ‘하천을 망치는 심각한 문제’, ‘녹조가 발생된 하천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에도 심각한 문제’ 등 녹조는 심각한 문제라는 단 하나의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녹조와 관련된 일반시민들의 인식 역시 ‘시각적으로 혐오스럽다’는 단계에서 ‘하천의 용존 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존재’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녹조로부터 유래되는 맛, 냄새물질(지오스민, 2-MIB)로 인한 피해’에서 ‘녹조로부터 유래되는 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틴)로 인해 먹는 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된다’는 단계까지 그 거부감은 증가되기만 한다.
과연 녹조는 수생태계와 인간 활동에 다양한 피해만을 주는 존재인가? 녹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녹조와 관련된 과학기술을 하는 이상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녹색도시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을 통해 그 진실과 오해를 풀어봤다.
녹조=녹조라떼?
우리나라 국민들은 ‘녹조=녹조라떼’ 라는 이미지가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녹조는 물속에 존재하여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녹조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녹조와 관련된 문제는 ‘녹조라떼’가 문제인 것이다.
녹조라떼의 원인은 녹조의 대량 증식이다. 다시 말하면 녹조 자체는 절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되었을 때 문제로 변화되는 것이다.
녹조는 지구에 산소를 공급 하여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존재이다. 또한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1차 생산자 위치에 있어 생태계가 존재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녹조 없는 지구 생태계는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다고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하더라도 녹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산소와 유기물을 공급하는 소중한 1차 생산자라는 인식으로 담담하게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녹조도 과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녹조가 문제로 바라보아야 되는 존재가 되었을까?
핵심은 너무 많은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많은 상태로 존재하게 되었을까?
답은 너무 간단하다. 녹조가 많은 상태로 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무 많아 나쁘다’ 라는 시각이지만 녹조 입장에서 보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서 자연스럽게 성장했을 뿐 이라는 것이다.
녹조의 성장환경
그럼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이란 무엇일까?
- 19℃ 이상의 풍부하고 따뜻한 물
- 0.035mg/L 이상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 성분 인(P)
- 4-6cm/sec 이하의 느린 흐름의 하천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녹조는 대량으로 증식 할 뿐이다.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이 완료되고 낙동강은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만족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녹조의 대량 증식이 문제
녹조는 4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왔다. 녹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지구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제, 녹조 문제는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졌다’는 관점으로 생각하자.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을 없애 버리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정비 사업이 완료된 4대강을 생각한다면 대량 증식 조건을 한 번에 없애버리는 것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니다.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변화된 하천 생태계를 또 한 번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4억년을 지구상에서 존재해 온 녹조라는 존재를 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년 여름 녹조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올바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 개발보다 기술적용방법모색
과학기술은 인류가 상상해온 모든 일들을 조금씩 실현해 왔다. 녹조의 대량 증식을 막는 조건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여기에는 과학적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방해요인이 있다. 녹조가 존재하는 장소가 하천과 호수라는 것이다. ‘하천은 흐른다’는 기술 적용에 큰 장해요인을 가지고 있고 ‘호수는 드넓다’ 는 기술적용의 장해요인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개발될 수 있더라도 그 기술이 효과를 발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기술개발보다 더 어려운 현실이다. 사전 녹조예방과 사후 녹조관리에 효과적인 기술로 개발되었지만 녹조 대량 발생지역에 적용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보잘 것 없는 기술’이라고 한 마디로 폄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국민·정부·연구자간의 신뢰 있는 소통이 필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정부, 어차피 폄하될 일 기술 개발만 하자는 기술 개발 주체들, 세금만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 세 가지 주체가 서로 신뢰하지 않고 서로 남 탓만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 대한민국의 녹조 대량 증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진행되어 온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런 반복적으로 갈등만 유발하는 녹조 관련 현상은 그만 두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녹조 대응 자세와 국민들과의 올바른 소통 체계 구축 의지를 가져야 하고, 기술개발 입장에서는 한국의 녹조문제가 발생되는 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자세를 보다 적극적으로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도 녹조와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와 단순 비판을 지양하고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녹조와 관련된 잘못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정부, 기업, 국민들 간의 신뢰와 소통이다. 지금까지 녹조와 관련하여 국민, 기술개발주체, 정부 간 불신과 오해로 인한 소모적 시스템이 구축되어 왔다, 이로 인하여 예산 낭비, 실용성 없는 기술개발 성과물 그리고 해소되지 않는 국민 불안감 현상은 계속되어 왔다.
2012년 이후 형성된 불신을 바탕으로 현재 녹조와 관련된 국민 기대치는 ‘녹조가 없는(無) 수준’이 되어 버렸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에서는 이런 실현 불가능한 국민의 기대치를 적극적으로 바로 잡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술개발과 관련된 연구자 및 기술자들도 기술개발의 목표를 국민의 기대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맞춰야 한다. 국민들 역시 올바른 지식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고 소모 일편적인 방향의 국력 낭비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녹조 문제는 더 이상 비정상적 자연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한계에 도달되었다. 사회적, 인문학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같이 복잡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정확한 해결을 위한 답’을 찾기 보다는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높은 효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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