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각 층마다 정수기가 두 대씩 있었는데, 그 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수돗물 냄새가 아니라 고인 물 냄새가 났거든요. 비릿했어요. 어쩔 수 없이 PX(영내 매점)에서 우리 돈으로 물을 사 먹었어요." 강원 화천군에서 군 생활을 하다 2019년 8월 전역한 조영진(가명·26)씨는 복무 중 식중독으로 고생했던 '악몽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조씨뿐 아니라 훈련에 함께 나간 장병 10여 명이 생활관 정수기 물을 마셨다가 단체로 식중독에 걸렸기 때문이다. 밤새 고열과 설사에 시달렸던 조씨와 동료들은 사단 의무대로 호송돼 진통제와 짜먹는 설사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전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물 냄새 때문에 정수기 업체를 매주 불러 필터를 교환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부대에 상수도가 연결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