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우도담수화시설 문화재생사업 본격 추진
올해부터 조성공사 시작 ... 내년 하반기 본격 운영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우도의 생명을 이어온 우도 담수화시설이 본격적으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생명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인 물을 만들어 흘려보내주었던 시설이, 이제 우도주민은 물론 우도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문화을 흘려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옛 우도 담수화시설을 ‘우도다운 문화의 단물이 솟아나는 우도 문화 담수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문화재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 ‘물 도둑’까지 있었던 우도, 담수화시설 설치로 삶이 달라져
이번에 문화시설로 재탄생되는 우도담수화시설은 1998년 12월 처음 우도에서 가동에 들어간 시설이다. 이 이전까지는 우도에서 물을 구하는 것이 삶과 직결된 치열한 사항이었다. 우도에서는 마을이 공동, 혹은 개인이 만든 ‘물통’이 등을 통해 빗물을 모아 사용해왔다. 모두 23~25개의 물통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이었기 때문에 물통의 물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치열했다. 가뭄이 들고 물통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웃의 물통에서 물을 훔치는 ‘물도둑’까지 나타날 정도였고, 이웃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물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일부 우도 사람들은 부족한 물을 구하기 위해 바다건너 성산포나 종달리까지 노를 저어가서 물을 공수해왔다고도 한다.
우도 담수화시설과 우도저수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1950년대 들어서는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58년 3월 월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고, 이곳에 빗물을 담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10년 뒤인 1968년에는 저수용량 10만8000톤 규모의 우도 저수지가 만들어졌지만 수질 문제로 식수로 이용되지 못했다.
우도에서의 식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해결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다. 1993년 5만톤 규모의 저수지가 조성되고 이 물이 식수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우도의 물문제가 차츰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 이후부터는 물을 구하기 위해 이웃주민과 싸울 필요도, 물을 훔칠 필요도 없어졌다.
이어 1998년 12월에 제1차 해수담수와 시설이 만들어지고, 2001년 제2차 해수담수화시설이 완성되면서 하루 1000톤의 식수 및 생활용수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우도의 식수 및 생활용수 평균 소비량은 1일 315톤 규모였다. 담수화시설만으로 우도의 물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셈이다.
담수화시설은 그 후 12년 동안 우도의 물을 책임졌다. 2010년 12월 우도와 제주본섬을 잇는 총연장 16km의 상수도관이 완성되고 그 우도 전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될 때까지 제역할을 해왔다. 2012년 들어서는 모든 기능이 멈췄고,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도에 생명을 만들어주었던 그모습 그대로 우동봉 기슭에 남아 있다.
♢ 물로 생명을 일구던 시설, 이젠 문화의 물결을 만든다
2012년 들어 모든 기능이 멈추면서 그 후 10년 동안 담수화시설은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채 ‘유후시설’로 방치돼 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활용방안 마련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순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됐고, 이를 통해 담수화시설을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과 우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만들기 위한 방안 마련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초 이 용역이 마무리되면서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지난해 11월 우도 담수화시설 내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우도주민들이 주축이 돼 문화행사를 연 가운데, 제주도내 음악밴드인 '사우스카니발'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는 이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건축설계 공모를 통한 실시설계와 조성공사를 착공, 내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는 특히 우도 담수화시설이 갖는 공간적 가치를 활용 및 보존하면서 주민의 문화향유와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건물 자체가 높은 층고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 기존 건축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과 확장성을 지난 공간으로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방침은 기본계획마련에 앞서 지난해 11월 이뤄졌던 ‘우도 물 때’ 행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 당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우도 담수화시설을 활용, 그 안에서 음악공연은 물론 포럼 행사와 전시회를 동시에 진행한 바 있다.
실제로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운영 프로그램도 ▲우도의 물과 담수장의 기억을 담는 아카이빙 전시 ▲지역의 문제를 우도 주민과 함께 논의하는 나눔 포럼 ▲주민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문화축제 ▲우도 삼촌이 들려주는 우도 해설 투어 프로그램 ▲우도 문화 담수장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 ▲청정 문화 확산 프로그램 등으로 제시됐다.
제주도는 현재 건축설계 공모를 추진하기 위해 건축기획 설계 및 공공건축 사업계획 사전 검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5월에 설계 공모를 통해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12월에 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우도의 담수화시설은 섬 지역의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고민과 노력이 담긴 공간인 만큼 문화 소외 지역의 문화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물산업 관련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터저널] 남부지방, 봄비로 댐 용수공급 한숨 돌려 (0) | 2023.04.11 |
---|---|
[부산일보] 부산 취수원 확대 사업 다시 속도내나…관련 법 통과에 창녕 군수 선출로 협상 상황 개선 (0) | 2023.04.10 |
[워터저널] 2023년 경기도 물산업 지원 정책 / 김기원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본부장 (0) | 2023.04.07 |
[워터저널] 국민 생활과 산업활동에 걱정 없도록 통합적 가뭄 관리 시행 (0) | 2023.04.07 |
태양광 발전 강제로 줄인다…마구 짓더니 놀려야 하는 코미디 (0) | 2023.04.06 |